첫직장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
취업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하긴 제가 취업을 할 때도 그런 말들이 나돌았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말입니다.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숫자가 훨씬 적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적은 일자리에 몰리게 되고 경쟁하게 되며 그 누군가는 반드시 낙오해야 합니다.
취업률이 적어지니까 정부관계자는 자꾸 구직자를 탓합니다. 누군가는 하향지원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구직자들이 다들 대기업만 가려고 한다거나 공무원 시험만 준비하고 쓴소리를 합니다.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개개인의 사연과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첫직장을 아무렇게나 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첫직장이 여러분의 인생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학 졸업하고 취업시즌이 되었을 때, 대기업 입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정말 메이저한 회사에는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안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친구들이 서류에서 낙방하였던 걸 봤기 때문에 지레 겁먹은 것도 있습니다.
대기업 중에서도 끝자락에 있는 대기업같은 중소기업에 원서지원을 했습니다.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약 30번 넘는 서류전형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저도 살짝 충격이었습니다. 제 스펙이 그렇게 좋지 않은 점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방국립대에 이정도 학점에 중소기업도 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졸업증은 받았지만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회사에 가야 하는지 걱정과 혼돈의 시간속에 무한정 부족한 스펙을 보강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으로 출석하던 시간이었죠.
어떤 친구들은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도서관을 떠났고 어떤 친구들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떠났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버티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날 대기업 공채시즌에 맞춰서 쓴 서류이 합격하기 시작했고 몇차례 면접이 잡히더니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순위의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스펙은 변한 게 없었는데 참 신기한 일이죠. 취업도 운때가 맞아야 한다는 선배님들의 말씀도 맞나 봅니다.
여튼, 대기업에 입사하고 나서 지금껏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여 자리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말처럼 하향지원하여 작은 회사에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식으로 했던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저처럼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며 본인의 자리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변함없이. 네 맞습니다. 다들 본인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종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정이 있는 것처럼 그 이상으로 위치를 옮기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중소기업으로 시작한 사람은 중소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공무원으로 시작한 사람은 공무원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업을 했던 사람들은 계속 사업을 하길 희망했고 대기업으로 시작한 사람은 회사를 옮겨도 대기업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물론 100%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비율로 그러하였습니다. 첫직장이 어디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결정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직장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어쩌면 나름의 계급사회같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입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정이나 노력하면 된다라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왠만하면 첫직장은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뭔가 혁신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직장은 여러분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