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15분.
퇴근 시간은 지났지만 아무도 퇴근하지 않는다. 주 52시간이 적용되었다고는 하지만 부장님, 팀장님이 퇴근하기 전에는 최소 30분은 눈치 보고 앉아 있는데 6시 반 정도가 되어야 겨우 직원들이 하나, 둘 눈치를 보면서 일어난다. 이때에도 부장님, 팀장님은 여전히 퇴근을 할 줄 모른다. 도대체 직장상사들은 왜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
직장상사들이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회사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그런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회사에 충성을 한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생산성없이 앉아만 있다는 것은 불충한 태도임을 스스로 더 잘 알 테니까.
아마 주 52시간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저들은 우리도 함께 그 기나긴 저녁시간을 함께하길 강력히 원했을 것이다. 법은 그만큼 강력하다.
팀장님과 부장님과 같은 직장상사들은 때론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간다는 몸짓으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가는데 가끔 보면 그냥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에도 사람들이 없는 가게에서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 및 술을 마신다.
소문에 의하면 제때 집에 들어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왜 그들은 그토록 집을 들어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그 이유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집에서는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장님이나 팀장님에게 말을 걸어와준다. 대화를 하길 원해서라기 보다 직장상사에게 하는 업무상 얘기이다. 결재서류에 대한 얘기, 업무 지시 뭐가 되었든 사람과 사람 간 대화라는 게 있다.
하지만 집에 가면,
아무도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없다. 배우자도, 자녀도 부장님, 팀장님에게 말을 걸어주거나 살갑게 대해주거나 존중해주지 않는다. 방도 따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에 가봐야 조그만 방에서 오래전부터 가족들과 '사회적 격리'되어 지내왔었던 것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보거나 스포츠 중계 하이라이트를 보거나, 술을 마시는 것뿐이다. 거실에 나가봐야 아무도 없다. 아이들은 공부한답시고 방으로 들어가 있고 아내나 남편은 투명인간 취급이다. 팀장님들과 부장님들은 집 안에서는 팀장님과 부장님같은 직장상사가 아니라 그저 물체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토록 집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말을 들어주고 말을 해주는 동료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함께 오래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난 때에 인근 식당에서 얼큰히 취해 있는 것이다.
술을 마셔야 집에 들어가자마자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잠들 수 있으면 금방 다시 출근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아침에 출근한다 할지라도 집에서 인사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문소리만이 그들이 즐거운 회사로 다시 갔음을 공기 중에 전할 뿐이다.
직장상사들이 퇴근을 하지 않는 이유는 회사에 충성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일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아니고 그저 공허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였음을, 집에서 느끼는 그 외로움이 싫어서였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그들이 짠해진다.
근데 직원들은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집이 좋다.
회사에서 직장인들이 눈치를 보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아래 글에서 함께 공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