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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만의 이야기

90년대 있었던 이메일 사기수법들

이메일이라는걸 처음 접했던 90년대 중후반. 손편지, 엽서 보내던 시절 이때 이메일을 통한 소식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학교 전산실에서 순번을 기다려가며 컴퓨터를 썼고 이메일을 가지고 있었던 소수에게 흡사 채팅하듯 메일을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신석기 같은 시대에도 정말 난 놈(?)들은 있었습니다. 이메일을 이용한 여러가지 사기 수법들이 있었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메일 초창기


수법 1. 구걸 or 모금
요즘에 이런 거에 속아 넘어가는 분들 없겠지만 90년대만 해도 순수한 분들 많았습니다. 아마도 신문물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가끔 이런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족이 불치병에 걸렸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수술비가 없다. 가족을 살리고 싶다. 조금씩 도움이 필요합니다. 계좌번호는 XXX-XXXXXXX-XX입니다.'
이런 내용의 메일이 단체 메일로 보내졌습니다. 이때만 해도 펜팔 소개 책자나 다른 루트를 통해 이메일이 실명과 함께 노출되는 일이 허다해서 이메일주소를 수집하는게 너무 쉬웠습니다. 
저도 돈만 있었다면 도와주자는 마음에 돈을 입금했을 거예요. 이 메일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됩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입금 부탁드리고, 아는 분 10분에게 같은 내용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이메이 사기수법



수법 2. 다단계

불법 다단계의 표준화(?)가 정립되어 가던 90년대 중후반 시절에 이미 시대를 앞서간 분들이었습니다. 실제로 불법 다단계도 굉장히 고된 직업(?)입니다만, 어떤 분들은 이메일로 아주 쉽게 다단계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메일도 여러번 받았습니다.

메일에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소개하는 두 문단 가량의 글이 있고 그 방법을 소개하는 문단이 시작됩니다. 

  No1. 이름 : AAA,  계좌번호 XXX-XXXXXXX-XX ㄱ은행

  No2. 이름 : BBB,  계좌번호 XXX-XXXXXXX-XX ㅂ은행

  No3. 이름 : CCC,  계좌번호 XXX-XXXXXXX-XX ㅅ은행

투자금은 단돈 천원. 

이 메일을 받은 사람은 위 세 사람에게 1,000원을 입금합니다. 그리고 맨 위는 지우고 한 명씩 위로 올린 뒤(No2는 No1이 되고 No3는 No2가 되게 메일을 적습니다.) No3에 메일을 받은 사람의 이름과 계좌번호를 씁니다. 그리곤 수십 명에게 메일을 뿌리는 것이죠. 그리고 다음 메일을 받는 사람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절대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인증서 이런 거 받았다고 합니다. 사람들 잘 속습니다. 지금이야 안 속겠지만..




수법 3. 거짓, 협박, 사기

많지는 않았지만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사기범은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내용으로 메일을 보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메일을 수집하는 일은 90년대에는 너무 쉬웠습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너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 가족들에게 알려지고 싶지 싶다면 아래 계좌로 돈 00만원을 입금해라' 

또는

'나는 신내림을 받은 사람인데 멀리서 당신이 보인다. 당신의 앞 길이 캄캄하다. 몇 달 후에 가족 아니면 당신이 죽을 수 있다. 내가 운세를 틔워줄 테니 부적비 00만원을 보내라'

이런 식입니다. 




순수의 시대였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보낸다는 사실이 아마도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는 좀 충격적일 것입니다. 이런 사기 수법이 먹힌다는 것도 참 안쓰럽고 그렇습니다. 나라고 안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당해보기 전에는 못하는 법이죠. 

90년대에는 이런 사기도 있었다는 정보 공유차원에서 추억을 소환해 보았습니다.